행정벌이란 행정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써 국가의 일반통치권에 의하여 과하는 벌을 의미합니다. 행정벌이 과하여지는 비행을 형사범과 구별하여 행정범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행정벌은 직접적으로는 과거의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나, 간접적으로는 의무자에게 심리적인 위압을 가함으로써 의무이행을 촉진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 때문에 행정법상 의무를 규정하는 법규는 동시에 행정벌에 관하여 규정하는 것이 보통이며, 행정벌에 대한 형법을 특히 행정형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미 앞선 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 행정법상 의무이행확보수단으로서 이행강제금과 직접강제는 개별법이 인정하는 경우에 한정되어 왔으며, 이들의 기능은 행정벌에 의하여 수행되어 왔습니다. 이는 직접강제와 이행강제금이 국민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속박하고 그 남용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행정벌이라는 간접적인 심리적 강제를 통하여 국민의 임의적인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부합한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그러나 행정벌도 행정법상의 의무이행확보수단으로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정벌의 주요한 문제점들로는 벌칙을 과한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이행강제금과는 달리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어 동일사실에 대하여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반복하여 부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행정벌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벌금형은 위반행위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이 막대한 경우에는 그 강제효과가 희박하며, 행정벌의 경우에는 본래의 의무를 부과하는 기관은 주무행정기관인데 반하여, 행정벌을 과하는 기관은 사법경찰관·검사 및 법원으로 되어있어 행정법상의 의무실현이 행정청을 떠나서 제3의 기관에게 맡겨진 결과가 되기 때문에 행정적 판단을 관철시키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반행위가 있다고 하여 벌칙을 빠짐없이 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행정법규가 늘어감에 따라 행정벌칙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전과자가 증대하고 있는 점 등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행정의무의 실효성 확보수단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인 바, 그 개선책으로서는 대집행, 이행강제금, 직접강제, 즉시강제를 포함한 완결된 행정집행법의 제정과 더불어, 행정벌에 있어서 형사벌인 행정형벌을 비형사벌인 행정질서벌로의 전환하는 것을 적극저긍로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미 정부에서는 1983년부터 226개의 법률에서 536개의 조항의 벌칙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법률의 개정시마다 이를 반영하여 전환하고 있습니다. 보다 바람직한것은 독일과 같은 질서위반법의 제정을 통하여 행ㅈ어형벌의 행정질서벌화를 도모하고, 행정질서벌의 과벌절차에 있어서 법치주의적인 절차규정을 완비하는 것입니다.
징계벌은 공법상의 특별신분관계내에서 그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특별권력에 근거하여 그 내부질서위반자에게 과하는제재인 반면에, 행정벌은 일반권력관계에 있어서 일반 통치권에 의하여 행정법상의 의무위반에대하여 과하는 제재입니다. 양자는 그 목적·대상·권력의 기초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떄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병과가 가능합니다.
행정벌과 이행강제금은 행정의무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수단인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구체적인 수단과 목적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행정벌은 과거의 행정법상의 의무위반에대하여 가하는 제재인 반면에, 이행강제금은 행정법상의 의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 장래의 방향으로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강제집행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행정벌 중에는 형법상의 형을 그 제재의 내용으로 하는 행정형벌과 형법상의 형이 아닌 과태료를 제재의 내용으로 하는 행정질서벌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행정질서벌과 형사벌은 쉽게 구별이 가능하나, 행정형벌과 형사벌의 구별은 어려운 문제를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는 학설의 다툼이 있습니다.
이는형식적인 관점에서 형사범과 행정범의 구별을 부정하는 견해입니다. 형사범이나 행정범은 형벌을 과할 수 있는 가벌행위로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행위인 점에서 양자간에 질적인 차이가 없으며, 단지 형사범은 중대사범인 반면, 행정범은 경미사범이라는 양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부정설에 대하여 형사범과 행정범은 형식적 범죄징표에서가 아니라, 실질적 성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비판이 가하여지고 있습니다.
형사범과 행정범은 실질적으로 성질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별이 가능하다는 견해로, 이는 다시 피침해이익의 성질을 기준으로 하는 견해와 피침해규범의 성질을 기준으로 하는 견해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피침해이익의 성질을 기준으로 하는 경해에 따르면 형사범은 "법익침해행위로서 위법행위" 인데 반하여, 행정범은 공공복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에 대한 협조를게을리 하는 "반행정행위"라고 합니다. 이에따라 행정범에 대하여는 형사범과 다른 원칙이 적용되어야하며, 그제재수단과 과벌절차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설에 대하여는 반행정행위도 행정법규위반이며, 공공복리 역시 국가 또는 국민의 이익으로서 법이 보호하는 법익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형사범은 반도덕성반사회성이 국가의 명령이나 금지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명백한 자연범인데 대하여, 행정범은 그 자체로서는 반윤리성, 반사회성은 없으나 실정법에 규정을 둠으로써 비로소 범죄의 성질을 갖게 되어 형벌의 제재를 받는 행위, 즉 법정범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양자의 규정형식에서도 나타나는바, 형사범에 있어서는 행위규범을 전제로 하지 않고 바로 재판규범을 정립하는 데 비하여, 행정범에 있어서는 먼저 행위규범을 명시한 다음 벌칙조항에서 그 재판규범을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도 행정범도 실질적으로는 윤리적 비난을 포함하고 있는것으로 양자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 유동적인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술한 바와 같이 형사범은 상해·방화·살인 등과 같이 사회의 기본적 생활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로서, 이를 금지하는 법규를 기다릴 것 없이 사회통념상 당연히 사회인으로서 그것을 행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반사회적 ·반윤리적이라고 인식되는 행위인데 대하여, 행정범은 국가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제정법을 통하여 부과한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법규정에 의하여 비로소 죄악성이 인식되는 행위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형사범과 행정범을 명확하게 구별한다는것은 쉬운일은 아닙니다. 사회통념이나 도덕관념도 시대에 따라 변함으로써 처음에는 행정범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형사범으로 되어 형사벌의 처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행정벌과 형사벌의 성질의 차이는 본질적이 아니라, 상대적·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벌에도 형법적 제재가 사용되는 이상, 행정의 합목적성을 강조하여 형법의 기본원리를 배제할 수 없으며, 행정벌의 특수성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일부원칙이 수정되는데 그친다고 보아야 할 것 입니다.